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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자는 힘들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한다. 낯설기에 눈총을 받기도 일쑤다. 기존 권위의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팝페라 테너 임형주(27)도 마찬가지다. 팝페라는 초창기에 클래식과 팝을 넘나드는 장르로 양쪽에서 배척을 받았다. 그러나 어느덧 국내 데뷔 15주년, 세계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임형주를 따라 팝페라 역시 자리매김했다. 

임형주는 "정말 만감이 교차해요. 스스로에게 가혹한 편인데 올해만큼은 잘 버텼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솔직히 초반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감사한 마음이 커요"라며 웃었다.

임형주는 팝페라를 대중화시킨 주인공으로 평가 받는다. 2003년 남성 성악가 중 최연소로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오르며 세계에 데뷔한 뒤 각종 기록을 쓰며 최고의 팝페라 테너로 자리잡았다. 

"처음 팝페라가 나왔을 때 '푸치니가 관에서 다시 나오겠다' 등의 악평이 쏟아졌죠. 저도 배타적인 공격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시대가 변했습니다.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르몽드 등 유력 미디어에서 팝페라가 다뤄지고 있어요.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팝페라를 통해서 클래식으로 유입되는 팬들이 많고요. 팝페라가 클래식의 생명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펼친 단독 콘서트 '올 마이 히스토리(All My History)'는 임형주의 진가를 확인한 무대였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 중 아리아 '어떤 개인 날' 등 정통 클래식부터 스페셜 코너 '7080 디스코 타임'을 통해 반짝이 의상을 입고 독일 디스코 그룹 '보니 엠'의 '서니(Sunny)', 영국 그룹 '놀란스'의 '섹시 뮤직'을 들려주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그리고 여느 콘서트 때처럼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 "요즘 가장 떠오르는 단어가 감사예요. 제가 혼자 잘나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니죠."

11월3일 오후 7시 세종문화회관 M시어터에서 펼치는 앙코르 콘서트 '온리 보이스(ONLY VOICE)'는 그래서 팬들을 위해 준비한 조그만 선물이다. 600여석 규모의 중·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은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등을 배제하고 피아노와 현악 5중주, 하프, 신디사이저 등 소편성 악기로만 채운다. "팬들과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고 싶었다"는 마음이다. 

임형주는 클랙식 대중화를 꾀하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디스코를 부르더라도 품격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팝페라가 팝을 고급스럽게 만든 것이기도 하죠. 공연 때 선곡의 비율을 지키는 것이 비결이기도 해요. 정통 클래식 공연에서는 클래식이 7, 팝페라가 3의 비율이고 반대로 팝페라 공연에서는 클래식이 3이고, 팝페라가 7의 비율이죠. 대중과 호흡하는 선은 만들되 공연의 본질을 잃지 않는게 중요합니다."

진부해진 이야기지만, '임형주'하면 애국가를 빼놓을 수 없다. 제16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역대 최연소로 애국가를 선창한 것을 시작으로 국가 주요 행사에서 그가 부르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제 대표 히트곡이 애국가라는 이야기도 있어요. 영광스럽죠. 부를 때마다 애국심이 고취되는 자부심이 느껴져요."

어린 시절부터 명성을 얻었다. "저한테 찬란한 영광만 있었던 것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되는 부분은 솔직히 아쉬워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치열하게 살았기 때문이거든요. 호수 위에서는 평안해보이지만, 호수 밑에서는 치열한 백조 같은 인생이었죠." 

특히 어릴 때부터 홀로 무대에 오르고 내린 그에게 고독과 상실감이 따라 붙었다. "공연이 끝나면, 너무 어려 뒷풀이에도 따라가지 못하는 등 상실감이 있어요. '나는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른 세계에 일찍 들어와 보지 말아야 하는 것을 본 것도 애로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긍정했다. "영광과 고독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나이는 어려도 팝페라계에서는 대선배다. 최근 주목하고 있는 이는 한국 유일의 여성 팝페라 가수 이사벨이다. 이사벨 역시 '여자 임형주'가 되고 싶다며, 그에 대한 존경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사벨씨는 고음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잘 소화하더라고요. 비주얼도 훌륭하고요. 여성 팝페라의 파이를 가져갈 수 있는 분 같아요."

평소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를 깐깐하게 보는 분이 많은데 사실 소탈해요. 집에서는 건어물남이기도 하고요. 푼수기도 있습니다. 하하하. 저를 비판했던 비평가들과도 잘 지내요. 그분들 중 한분은 저에게 '우아한 잡초처럼 버티었다'고 해주시더라고요."

신문을 10여개 이상 구독하고 있는 임형주는 동아일보와 서울신문 등에 기명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글실력과 지식을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의 꿈 중의 하나는 10년 뒤 작은 인터넷 언론사를 차리는 것이다. "'코리안 데일리'라고 2046년까지 도메인도 사뒀어요. 각 분야에서 검증된 분들을 모아서 좋은 의견들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어요." 

국내 데뷔 10주년을 맞아 그간 수익금의 대부분인 100억원 이상을 기부, 비영리 '아트원 문화재단'을 설립하는 등 꾸준한 선행도 벌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 열매', 월드비전 홍보대사로도 활동 중이다. 재능 있는 어린이들에게 제대로 된 멘토를 정해주고 싶다는 마음에 '대안 유치원'도 운영하고 있다. 

"사회는 순환의 법칙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해요. 제가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만큼, 특정한 대가 없는 그것을 되돌야줘야 하는 것이죠. 잔이 가득차면, 오히려 채워질 게 없기도 하고요."

임형주는 내년 일본 데뷔 10주년을 앞두고 이달 중 일본 히트곡을 팝페라로 재해석한 스페셜 앨범을 현지에 발매한다. 국내에서는 2005년 4집 '더 로터스(The Lotus)' 이후 8년 만인 올해 말 5집 '파이널리(Finally)'도 내놓는다. '파이널리'는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는 의미다. 

1집 '샐리 가든(Salley Garden)', 2집 '실버 레인(Silver Rain)', 3집 '미스티 문(Misty Moon)', '더 로터스'를 비롯해 총 10장이 넘는 독집앨범이 발표 직후 클래식 차트 1위를 차지한만큼 기대가 크다. 

"10년 간의 경험이 진액 같이 응축된 앨범이에요. 지난 앨범들은 시행착오도 있었는데, 한국 미국 독일 체코 등 6년 동안 4개국을 돌며 준비한 블록버스터 앨범이거든요. 임형주 만의 사운드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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