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컬리스트입니다. 가수예요. 노래하는 게 좋고 마이크를 잡는 게 좋아요. 말보다 노래로 감정 표현하는 걸 더 잘할 수 있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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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을 함께 일했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내가 왜 이 가수의 매니저를 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는 후크엔터테인먼트 권진영 대표의 소개로 '작은 거인' 이선희(50)가 무대에 올랐다. 예의 자신을 상징하는 흰 재킷과 검은 정장바지 차림이다. 

"별처럼 수많은 사람들 그중에 그대를 만나. 꿈을 꾸듯 서로를 알아보고. 주는 것만으로 벅찼던 내가 또 사랑을 받고. 그 모든 건 기적이었음을."

가수 이선희가 25일 15집 '세렌디피티(SERENDIPITY)' 발매를 기념해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펼친다. 이에 앞서 타이틀곡 '그 중에 그대를 만나' 무대를 처음 공개하고 언론과 만났다. 풍부한 성량, 애잔한 보이스, 폭발적인 고음은 그대로다. 

"노래한 지 30년 됐다고 주변에서 좋은 자리를 마련해 줬네요. 요즘에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누려본다는 느낌으로 지내고 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를 위해 준비해 준 거니까 그 어느 때보다 기쁘고 즐겁게 최선을 다해 무대에 서야지 하는 생각입니다."

똑같은 마이크를 쥐었지만 노래를 마친 이선희는 소녀였다. "노래할 때 관객들을 몰입시키는 건 잘하지만 말만 하면 분위기가 가라앉더라. 그래서 말을 잘 안 한다"는 이선희는 수줍은 듯 조곤조곤했다. 

"음악을 만드는 2년은 혼자만의 시간이었어요. 30주년 때 어떤 노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가수로 자리매김해야 할지 많은 고민으로 혼자 외로웠습니다. 앨범이 막상 나올 때 즈음 되니 혼자만의 음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음악이 돼가고 있는 거 같아 즐겁고 떨리기도 합니다."

2009년 14집 '사랑아…' 이후 5년 만의 신보다. 수록곡 대부분을 이선희가 작곡·작사했다. 작곡가 이단옆차기, 박근태, 미스케이, 에피톤 프로젝트 등이 힘을 보탰다. 기존의 앨범과 달리 편곡 등 모든 부분에 참여하며 의견을 쏟았다.

"제가 곡을 쓰는 이유는 제가 가진 목소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곡을 부르고 싶기 때문이에요. 작곡가들은 저를 생각하면서 곡을 써주다 보니 변화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죠. 저는 제가 제일 잘 알잖아요. 전문적인 작곡가가 표현하지 못하는 저를 앨범 안에 담고 싶어서 곡 작업을 시작한 거예요."

많은 표현을 하지만 위로받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이제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애정이 어린 눈빛을 표현한 '이뻐 이뻐', 곧은 길을 가라는 메시지를 담은 '나는 간다' 등 이선희가 일상에서 느낀 감정과 감성이 곡으로 표현됐다. 

"저는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가사가 주는 힘이 큰 곡을 좋아해요. 곱씹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가사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그런 음악을 쓸 생각이에요. 정확히 어떤 방향으로 갈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머물러있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분명히 말할 수 있겠네요."

박근태가 작곡하고 김이나가 작사한 '그 중에 그대를 만나'는 30년을 노래해 온 이선희의 마음도 같다. 누군가가 불러주면 '꽃'일 수 있지만, 그 누군가가 불러주지 않으면 그저 그런 사람이라는 가사가 이선희의 마음을 울렸다. 

"저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만 생각하고 예전 노래만 부르면서 지내는 가수가 아니라 끊임없이 채찍질하면서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저를 좋아해 주신 시간의 기억, 제가 누렸던 인기들이 힘이 돼 지금도 제가 가고 있다는 마음을 앨범에 담았죠."

오후 8시부터 진행되는 쇼케이스에는 윤도현·거미·임정희·타카피·이승기 등이 출연, '아름다운 강산' '한바탕 웃음으로' 'J에게' 등 이선희의 히트곡을 부른다. 이선희는 후배들의 무대 이후에 등장, 15집 앨범 수록곡 중 3곡을 선보인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생중계한다. 

"기쁨으로 오늘을 누릴 수 있는 건 제가 잘 '있었기' 때문이에요. 잘 있는다는 건 머무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성공했지만 버릴 줄 알고 또 다른 것을 취하려 노력했어요. 물론 그렇게 해서 잘못 디딜 때도 있었지만 그걸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하려고 했기 때문에 많은 분이 '이선희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라고 기억하는 게 아닐까요. 새로워지기 위해 수많은 질문하고 도전할 겁니다.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겁먹거나 위축되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또 좋은 해를 맞이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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