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막을 내린 MBC TV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시작할 때만 해도 탤런트 고성희(24)는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 두 편에 조연으로 출연한 게 전부인 배우에게 관심을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오히려 ‘미스코리아’에서 고성희가 짧은 연기 경력에 비해 큰 역할을 맡은 것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고성희는 살아남았다. 저조한 시청률로 종방한 ‘미스코리아’는 딱 두 가지를 남겼다. 두 명의 배우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연기력 논란을 벗은 이연희가 첫 번째, 이연희 못지 않은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고성희다.

이연희는 데뷔 10년차다. 이제는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날 때다. 그렇다면 고성희는? 그녀는 지난해 데뷔했다. 최근 신인 여배우가 이렇게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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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희는 밝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축하의 말을 건넸다. 말 그대로 인사치레였다. 빤한 대답을 예상했다. ‘감사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신인 배우가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사실 많지 않다.

고성희와 인터뷰가 재밌어지기 시작한 것은 부담감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부담감이나 불안함은 없어요. 전 정말 일이 잘 풀린 편이죠. 이렇게 빨리 사람들이 알아봐주니까요. 감사한 일입니다. 그건 감사한 일이지 제가 부담을 느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이제 처음 드라마 한 편을 끝냈을 뿐인 걸요. 저는 아직 보여줘야 할 게 많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불안해 해도 될 것 같아요.”

고성희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미스코리아’를 마치면서 들었던 감정이다. “배우가 직업이 됐다”는 마음이다. 혹은 “배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다. 그녀에게 ‘직업’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임감이죠. 직업이라는 것은 1, 2년 하다가 하기 싫다고 해서 쉽게 관둘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저를 이렇게 또는 저렇게 평가했다고 해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에 대한 비판은 귀기울여 들을 수도 있어야 하겠죠.”

‘미스코리아’에는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고성희와 가장 많은 장면에 등장한 이미숙, ‘장 선생’ 이성민, 권석장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이선균 등이다. 고성희가 이들과 함께 하면서 익힌 것은 연기만이 아니다. 그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배웠다. 이미숙이 극본을 들고 공부한 흔적, 촬영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이선균의 카리스마를 보면서 그녀도 직업인으로서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이다.

고성희를 만나기 전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꺼냈다. 동갑인 제니퍼 로런스가 이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번에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며 상을 한 번 타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상 받으면 좋죠.(웃음) 하지만 제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상도 받지 못한다 해도 괜찮아요. 제 꿈은 정말 길게, 오랫동안 배우를 하는 것이니까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고성희의 꿈은 스타가 되는 것 보다 더 높은 데 있었다. 그녀는 “한 작품을 책임 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성희는 웃는 얼굴 저쪽으로 배우로서의 야망을 내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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