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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칠공주’ ‘조강지처클럽’ 등으로 유명한 드라마 작가 문영남(54)은 등장인물의 이름을 독특하게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복수’ ‘원수’ 형제, ‘설칠’ ‘미칠’ 자매 등이다. 심지어 ‘이기적’ ‘연하남’ ‘계솔이’ 등도 있다. 


문 작가의 작품에서 극중 인물은 자신의 이름대로 산다. 최신작인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망해 처가살이하는 ‘고민중’(조성하)은 늘 고민에 빠져있고 ‘호박’(이태란)은 엄마 ‘앙금’(김해숙)의 구박에 눈물을 훔친다. 

반면, 오현경(44)은 ‘수박’이란 이름으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 ‘호박’은 아무리 잘하려고 해도 ‘앙금’에게 욕을 먹지만 ‘수박’은 철없이 행동해도 사랑받는 식이다. 

‘수박’은 어려운 형편에도 300만원 상당의 유모차를 사고 불륜을 저지르고도 당당한 캐릭터다. 극 초반 ‘수박’의 기행에 ‘왕가네 식구들’은 ‘막장 드라마’로 비판받기도 했다. “처음에는 캐릭터만 알고 있었지 수박이가 그럴 줄 몰랐어요. 대본이 나올 때마다 ‘이 정도까지야?’라고 했죠.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몰랐어요.” 

자신과 너무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고민을 거듭했다. “연기라는 게 연기자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꺼내서 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번에는 뭘 어떻게 맞춰야 할지 몰랐어요. 연기력만 탓했죠.”

SBS TV 드라마 ‘조강지처클럽’으로 오현경의 10년 만의 활동 재개를 도운 문 작가가 다시 역할을 했다. “몰입할 수 있게 대본을 써주셨어요. ‘쌍꺼풀이 풀리도록 울 것’ ‘화장 진하게 하지 말 것’ 등 디테일하게 대본을 써주셨죠.” 

‘수박’이 입에 달고 사는 ‘나 미스코리아 나온 여자야’도 문 작가가 실제 미스코리아 출신인 오현경을 염두에 두고 쓴 대사다. “저는 미스코리아 진이었잖아요. 자존심 상해서 못하겠다고 농담하기도 했죠.” 

콧대 높던 ‘수박’이 고난의 길을 걷고 기가 꺾이자 시청자들은 쾌재를 불렀다. 오현경이 뺨을 내주는 날 시청률은 더 뛰었다. “문영남 선생님의 작품을 했던 사람들은 ‘또 물에 빠지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어요. 특유의 장치가 있거든요. 물에만 안 빠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한겨울에 비를 맞았네요.”

드라마가 전개되며 ‘수박’은 성장했다. ‘고민중’이 돌아오길 간절하게 바랐지만, 그의 진심을 알고 ‘오순정’(김희정)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문 작가는 ‘수박’의 성장뿐 아니라 오현경의 성장도 도왔다. “예전에는 채워지지 않은 게 많아서 자주 울컥했는데 선생님이 ‘조강지처클럽’에서 다 풀어주셨어요. 치유가 됐죠. 책임감을 가지게 된 계기였어요.”

“선생님” “멘토”로 문 작가를 치켜세웠다. “선생님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고마워서 열심히 살았어요. 인생의 순간순간 경험하고 결정해야될 부분이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영남 선생님이 멘토죠.”

“빙의된 듯했다”는 오현경 등 출연 배우들의 열연으로 자체 최고시청률 48.3%를 기록했다. 나문희·장용·김해숙 등 베테랑 배우들이 끌고 이윤지·한주완·최대철 등 후배 배우들이 따랐다. 오현경을 비롯해 조성하·오만석 등은 허리를 단단하게 했다. 

“출연배우들이 작품 하는 동안 다들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할까 궁리했어요. 문 작가님이 그런 마음을 심어 주시죠. 사실 요즘에는 연기자들이 매니저, 코디하고 연습하지 잘 나오지도 않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어요. 이런 촬영 현장 요즘에는 없는 거 같아요.”

출연 배우 대부분이 한 자리에 모여 미래를 말하는 엔딩은 문 작가의 배려다. ‘왕가네 식구들’은 주·조연 모두가 이야기를 만들었다. 

“매주, 한 번도 안 빠지고 금요일마다 회식을 했어요. 참석한 사람들이 한 명씩 일어나서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고 거기서 얻어가는 게 많았어요. 문 작가님은 회식자리에서 배우들을 지켜봤다가 대본에 녹이기도 하거든요. 작품에 출연한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요. 이건 엄청난 일이에요.”

차기작의 태도에서도 문 작가의 흔적이 묻어난다. “역할의 비중이 문제가 아니라 무슨 역을 맡거나 잘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쓴 걸 잘 전달하는 거죠. 어떤 역을 맡든 표현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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