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 김인권(36)이 사진촬영을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웃지 않았다. 뚫어져라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멀리 시선을 고정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웃어보라는 사진기자의 말에도 살짝 입꼬리를 올릴뿐 활짝 웃을 때 나오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감췄다. 유쾌한 사람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닌 것 같았다.

김인권의 기분은 분명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에는 원래 성격이 그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무대 위에서는 누구보다 잘 망가지지만 현실에서는 보통사람 이상으로 진중한 코미디언이 꽤 있지 않은가. 김인권은 더구나 코믹한 ‘이미지’의 배우가 아닌가. 그는 인터뷰 내내 정확히 세 번 웃었다. 처음 인사를 나눌 때, 주연으로 나온 영화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말을 할 때, 그리고 인터뷰를 마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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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말해야 한다. 기분이 좋지 않은 게 아니라 ‘마음이 무거운 것’이었다. 웃는 게 싫은 것이 아니라 ‘힘들어하는 것’이었다. 그가 주연을 맡은 ‘신이 보낸 사람’(감독 김진무)은 그런 영화다. 김인권은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게 아니라 영화 자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는 게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신앙의 자유를 빼앗긴 채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현실을 그린 ‘신이 보낸 사람’은 분명 보는 이의 가슴을 참혹하게 만드는 영화다. 온기와 수분이 완전히 제거된 것이 북한의 인권 상황이다. 생각을 통제하고 울타리 밖을 벗어나면 죽음을 맞아야 하는 곳. 그렇기 때문일까, 김인권의 입에서는 주연 배우에게서 쉽게 나오지 않는 말이 나왔다. “저는 이 영화를 흔쾌히 추천할 수가 없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영화가 아닙니다. 보고 있기 힘든 영화죠. 북한 지하교회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 공감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글쎄요 보고 싶을까요. 마음 속에 무거운 짐을 하나 짊어지게 되는 거잖아요. 이 정도만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저희 영화가 말하려는 것을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인가, 김인권은 “촬영이 즐겁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애초에 머리로 시작한 영화가 아니다. “내 필모그래피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연기변신을 해야겠다” 이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처음에는 외면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어느새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상했다. ‘신이 보낸 사람’ 시나리오를 받아 들었을 무렵 김인권의 귀에는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이상하게 잘 들어왔다. 김인권은 그때 더 이상 이 이야기를 “외면할 수 없다”고 느꼈다.

“조금 거창하지만 ‘사명감’이 있었습니다. 나라도 이 영화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꼭 김인권이 아니어도 이 캐릭터를 맡을 사람은 있지 않았을까. 왜 김인권이 이런 사명감을 짊어져야 하는가. “맞습니다. 물론 제가 아니어도 되겠죠. 그런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 같은 게 있잖아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굳이 이유를 달자면…”이라는 단서를 달더니 대답했다.

“저는 연기자죠. 연기를 하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 재능이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제가 코믹한 조연을 맡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죠. 그렇다고 해서 웃음을 주는 역할만 해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가진 작은 재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데 쓰이는 것은 저의 삶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기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게 하니까요.”

김인권은 결국 “아직도 마음이 무겁다”며 “이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업영화 ‘타짜: 신의 손’에 참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촬영이 끝나고 김인권이 차기작으로 어떤 영화를 선택할는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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