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박사의 ‘삶이야기 禪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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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루피는 자유분방하다. 아무한테나 치대는 성격 좋은 호탕한 그의 이름을 아비시니안 고양이에게 붙였다. 작명 탓인지 신일숙 작가가 키우는 6마리 고양이 가운데 가장 넉살이 좋다. 벵골 고양이 니키는 대단한 탄력과 순발력을 가졌다. 뛰어난 묘기점프도 가능하다. 암컷임에도 6마리 가운데 ‘짱’이다. 이 둘의 나이는 3살이다. 요즘 둘이 결탁해서 나이가 10살이나 된 러시안 블루 고양이인 치치를 괴롭힌다. 제일 나이 많아 항상 숨어 지내서 ‘그림자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치치는 루피와 치치가 어렸을 적 괴롭힌 것을 지금은 매우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유일하게 몇 번이나 장가를 간 샴고양이 신이는 손님이 오면 항상 인사를 하러 나오는 이른바 이 집의 대표 호스트다. 그의 딸인 진주를 무척 아끼는 아빠이기도 하다. 어릴 때 너무 많이 아팠던 러시안 블루의 혼혈 고양이 나루는 지금도 소극적인 성격으로 사람들 앞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6마리의 성격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신일숙 작가는 앞으로 10년 동안은 더 늘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항상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거실 창문 유리 앞에서 밖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아쉬워한다.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한 신 작가는 리니지 게임의 원작자로 유명하다. 또 ‘아라비안나이트’와 ‘파라오의 연인’은 물론이고 전설이 된 명작 ‘아르미안의 네 딸들’ 모두 사랑과 배신, 왕과 신을 둘러싼 권력과 운명의 전개 등이 극적인 연출을 통해 흥미진진하게 다음 장을 넘기고 다음 권을 손에 잡게 된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정말 처절하게도 치열하게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면서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은 독자와의 공감을 극대화한다. 지금도 유료 콘텐츠 앱인 카툰컵을 통해 작년 10월부터 ‘불꽃의 메디아’가 연재 중이다. 무료 웹툰은 많은 만화작품을 독자들이 쉽게 선택해서 볼 수 있게 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한때 불법 복제되던 소프트 프로그램처럼 무료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을 낳는다. 웹툰으로 돈을 버는 작가도 적지 않지만, 돈 한 푼 못 받는 작가가 더 많은 것도 다른 부작용이다.

황미나, 김혜린, 강경옥, 김진, 원수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여류만화가를 대표하는 그녀를 독자들은 한 달에 두 번 정도만 카툰을 통해서 볼 수 있다. 항상 한 작품에 대한 구성, 연구와 함께 관련된 곳을 여행 다니는 데 2년 이상을 투여하는 그녀를 독자들이 밖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경상도 가부장적인 집안의 2남 1녀 가운데 둘째 딸인 그녀는 중학교 시절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다가 전쟁의 여신 아테네에 푹 빠지게 됐다. 그 뒤로 그리스로마신화 책을 늘 손에 들고 살았다고 한다. 그래선지 지금도 여전히 종이만화를 좋아하고 직접 펜과 종이로 원화를 그린다. 그의 거실에는 ‘리니지’에 등장하는, 보름날 밤에만 바뀌는 두 개의 인격 가운데 하나인 질리언의 원화 액자가 걸려 있다. 달의 기사라는 별명에 걸맞은 아름다움으로 연재 당시 여고생들을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캐릭터이다.

“현대물은 내고 나면 유행이 지나 준시대물이 되어 버려요. 그래서 신세대들이 공감하기가 어렵게 되죠. 그래서 아예 시대물을 그립니다. 그러면 언제나 누구나 이해가 가능한 작품이 되죠.” 그녀가 요즘은 ‘야생의 딸들’(가제)이라는 우리 고조선 시대의 신화와 역사를 넘나드는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는 게임을 즐기며 가끔 현모(현실 모임)에서 게임 친구들을 만기도 한다. 요즘은 팻 아일랜드라는 앱 게임을 주로 하는데 섬 하나씩 할당받아서 고양이에게 일을 시키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6식구의 고양이 대가족을 거느린 사람다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때 ‘Mr. 경제학과 데이트’라는 재테크와 관련된 만화도 ‘공부하는 기분’으로 그리기도 했다는 그녀에게 ‘아르미안의 딸들’과 ‘리니지’ 같은 대작을 대체 어떻게 혼자서 다 구상하고 쓰고 그릴 수 있느냐고 안 물어볼 수 없다.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것 즉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에 걸쳐 열의에 차서 구상하고 스토리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다 잠들면 꿈에서 완성된 작품을 본 적도 있다고 한다. 비록 1권 분량에 지나지 않지만, 꿈속에서 ‘데포로쥬 왕자’라는 제목의 만화 한 권을 읽은 적이 있다. 꿈에서 깨어나 메모를 하고 나머지는 상상력에 맞춰 뼈와 살을 붙여 만화를 완결시켰다는 말이 불교 선지식들의 오매일여(寤寐一如)와 같다. 이렇게 열정 어린 꿈의 산물로,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데포로쥬 왕자가 잃어버린 왕권을 되찾기 위해 아덴 왕국으로 향한다는 내용을 담은 리니지는 엔씨소프트에 의해서 전인미답의 역사를 써내려온 국산 온라인게임의 대명사가 됐다. 1998년 9월 첫선을 보인 뒤 혁신적인 업데이트와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올해로 15년 이상 장수하고 있는 게임 역시 원작의 튼튼한 짜임새와 극적인 연출이 처음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신 작가는 정말 친하게 된 문하생이나 젊은 작가 지망생에게는 “만화에는 음악이나 소리가 없다. 누구나 열심히 하면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 하지만 만화에 꼭 필요한 연출을 통한 극적 효과는 선천적인 센스도 필요하다. 스토리도 점점 발달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센스가 자기한테 있는가?”를 고민하라고 조언한다. 또 “하루 세끼 먹고 옷을 잘 입어도 어느 정도 이상으로 행복지수는 오르지 않는다. 행복이란 결국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즐거운 것인데 이 즐거운 게 사람마다 다르다.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으면 좀 못 먹어도 되는 거 아닌가? 한 달에 한 번 정해진 곳에 그림을 내면 먹고살 수 있지만,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자기가 그리고 싶은 작품을 완결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나중에 알아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라고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선택의 기로가 남보다 일찍 찾아온 그녀는 과감하게 굶더라도 자기 작품을 그리는 고통스러운 행복을 선택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행스럽게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한다. “누구나 행복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는 그녀의 말에 삶이 수행이며 그녀의 수행은 성공했고 또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종교가 없다는 그녀는 교회는 학교 같은 느낌이 들고 성당은 경건하고 절에 가면 그냥 자연 일부가 된 듯해서 다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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