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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 끓는 청춘'에서 '영숙'(박보영)은 결국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영숙'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게다. 자신을 위해서도, '중길' 위해서도. 여기에 어떤 계산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그게 맞다고 '느꼈'던 것이다. '영숙'은 내려놓음으로써 결국 얻는다.

우연이었을까, '영숙'에게는 현재의 박보영(24)이 그대로 있었다. 허다한 사람들이 움켜쥐려다가 놓치고말지만 올해로 겨우 스물네살이 된 이 여배우는 벌써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박보영은 그게 너무 어렵다고 말했지만, "어렵다"고 말하는 그 순간 이미 박보영은 다른 여배우보다 한 발자국 더 내딛었다.

"당연히 부담스러웠어요. 이제까지 안 해봤던 역할이잖아요. 고민이 좀 됐죠. 주변에서는 분량에 대한 걱정도 있었어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영숙'이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안 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을 안 하려고 했던 이유 때문에 이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안 해봤던 역할이기 때문에 하게 됐고, 분량이 적어서 하게 된 거죠."

박보영은 '피 끓는 청춘'에서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고 욕을 한다. 기존의 박보영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미지다. 박보영의 고민은 "'영숙'이라는 캐릭터를 맡는 게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가 부담스러워 했던 것은 "일진 여학생의 모습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표현해낼 수 있느냐"다. "보는 사람이 자연스럽게 '영숙'을 받아들이게 하는 것, 다시 말해 박보영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자연스럽게 표현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와닿지 않는다.

"글쎄요. 나 자신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해야하나요. 물론 감독님이 요구하는대로 연기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해요. 그 '요구'를 '계산'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겁니다. 현장 상대 연기자의 몸짓 하나, 표정 하나도 내가 계산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것을 계산해서 연기를 하려는 것이죠. '영숙'이 놓여있는 상황에 빠져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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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열을 하거나 화를 내는 연기가 더 어려운 줄 알았다"는 박보영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보통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힘든 것 같다"는 것이다. 

'늑대소년'을 찍을 때였다. 조성희 감독은 박보영에게 "연기를 하되 연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보영은 혼란스러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밥을 먹는 연기조차도 힘들어졌다"는 고백이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때 느낀거죠. '편해져야 한다. 편해져야 한다'하고요." 이게 바로 박보영이 말한 "내려놓음"이다.

"'피 끓는 청춘'을 촬영하면서 항상 촬영 현장에 일찍 도착했어요. 현장과 스태프, 배우들과 친해지려고요. 괜히 말도 걸고 오지랖 넓게 행동한 겁니다. 분량이 적은 게 마음에 여유를 주기도 했어요."

박보영의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이전까지 "촬영을 할 때 항상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피 끓는 청춘'을 촬영할 때는 달랐다. "현장이 편해지고 사람들과 가까워지니까 주목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내려놓으려고만 할 뿐 정작 내려놓지는 못했다"는 것이 박보영에 대한 판단이다. 언제쯤 가능할까. "빨리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계속 노력해야죠." 박보영의 대답은 간결했지만 동시에 정확하기도 했다.

"김해숙 선생님의 연기를 좋아해요.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 흘리게 되거든요. 저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내가 느낀 감정을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하는 배우가 될 겁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죠."

saint@thegam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