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와 똑같은 마음이었요. 설레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이게 뭐지'라면서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또 '이걸 극복하면 이수를 잘 표현할 수 있는 건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참 어려웠어요."

배우 한효주(29)는 멜로영화 '뷰티 인사이드'(감독 백종열)에서 전 세계 어떤 연기자도 해보지 않은 역할에 도전했다. 그가 맡은 역할은 '우진'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이수'. 그런데 우진이라는 남자, 좀 특이하다. 아니, 불가사의하다. 자고 일어나면 다른 사람이 돼 있다. 어떤 날은 청년이었다가 또 어떤 날은 노인이 돼 있고, 또 다른 날은 아저씨가 됐다가 또 어떤 날은 아줌마가 돼 있다. 외국인이 될 때도 있고, 아이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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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을 연기한 배우만 123명, 한효주는 그중 21명의 배우와 함께 연기했다.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21명의 배우, 한효주는 촬영장에서 매번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러니 어려웠을 수밖에.

이수는 누가 봐도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캐릭터는 배우의 상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지만, 매일 얼굴이 바뀌는 남자와의 연애는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효주가 이수를 택한 이유는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가 될 것 같았다"는 한효주는 "나도 이런 영화를 처음 보는데, 관객은 오죽하겠냐"며 "내 욕심도 욕심이지만, 관객이 더 다양한 영화들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마음에 '뷰티 인사이드'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의 연기 전략은 '어색해하지 않고 집중하기'였다. 한효주는 "짧으면 반나절, 길어 봐야 며칠 동안 호흡을 맞추는 상대배우를 한 명, 한 명 어색하게 대하면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 말미, 이수가 13명의 우진과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 컴퓨터 그래픽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효주는 실제로 13명의 배우와 키스신을 찍었다.

 "작정하고 진지하게 했어요. 잠깐 와서 그 장면만 찍고 가는 배우들도 있는데, 제가 중심을 잡아야겠더라고요. 키스신 찍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하는데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이범수·김대명·도지한·배성우·박신혜·박서준·김상호·천우희·우에노 주리·이재준·김민재·이현우·조달환·이진욱·홍다미·서강준·김희원·이동욱·고아성·김주혁·유연석 등이 우진을 연기한 배우들이다. 이 많은 연기자 중 한효주는 누구와 가장 연기 호흡이 잘 맞았을지 궁금했다.

한효주는 일본 여배우 우에노 주리와 김주혁을 꼽았다. 두 배우가 출연한 장면은 이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우에노 주리는 이수가 우진의 정체를 알고 이를 인정하는 신(scene)에 나왔고, 김주혁은 이수에게 어쩔 수 없이 이별을 선언하는 연기를 했다. "이수처럼 저도 우에노 주리의 우진을 보면서 우진을 받아들였던 것 같아요. 김주혁 선배는 오래 알았던 연인과 이별하는 느낌을 줬어요."

한효주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한효주는 우진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이수는 저보다 그릇이 큰 사람이에요. 우진을 진심으로 사랑해야 가능한 거잖아요. 희생하고 헌신해야 하죠. 저도 이제 이수 같은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지금까지 일에만 매달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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