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 시기를 16~26세 때 겪었습니다. 제가 성장했던 시기죠. 개인적으로 그 시기는 제게 매우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또 그 시대에는 많은 역사적인 이야기가 있었죠. 중국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기입니다. 제가 이 시대를 택한 것은 문화대혁명 시기를 통해서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 감성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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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공개된 영화 '5일의 마중'을 연출한 중국의 세계적인 거장 장이머우(64·張藝謀) 감독은 "시대의 불행으로 와해한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영화는 역사와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시대 불문하고 다뤄야 하고 깊이 고찰해야 한다"고 짚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5일의 마중'은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를 겪은 한 가족의 이야기다. 문화대혁명 시기에 반동분자로 낙인 찍힌 도망자 신세가 된 남편과 그를 기다리는 아내, 아버지의 얼굴을 본 적이 없는 딸의 이별과 만남을 담았다. 중국 작가 옌거링(嚴歌笭)의 소설 '육범언식'을 영화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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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 시기, '펑위안'(궁리)은 반동분자로 분류돼 도망자 신세가 된 남편 '루옌스'(천다오밍)가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범죄자 아버지를 뒀다는 이유로 무용단에서 주인공을 맡을 수 없는 '단단'(장후이원)은 아버지를 원망한다. 문화대혁명이 끝나고 루옌스는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알아보지 못한다.

'5일의 마중'의 키워드는 '기다림'이다. 아내는 5일에 돌아간다는 남편의 편지를 받고 매월 5일 기차역에 나가 그를 기다린다. 이미 돌아온 남편 루옌스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5일이 되면 기차역으로 나가는 아내 펑위안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다.

장이머우 감독은 "기다림은 곧 희망"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기다림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가 영원히 희망을 품고 산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편에 대한 아내의 기다림은 다시 말해 인류의 꺼지지 않는 희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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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로맨스 드라마다. 하지만 '거장의 로맨스'는 허다한 영화들이 보여주는 뻔한 결말을 거부한다. '5일의 마중'의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모습이다. 섣불리 재회를 택하지 않음으로써 장이머우 감독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독은 이 메시지를 등장인물의 이름에도 담아냈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펑위안', 아버지를 원망하는 딸 '단단'은 중국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이름이다. 하지만 남편 '루옌스'는 이름으로는 잘 쓰이지 않는데, 그 뜻은 역시 '기다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이머우 감독은 "남편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문학적이고 함축적인 것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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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금곰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한 장이머우 감독은 '국두'(1990) '홍등'(1991) '귀주이야기'(1992) '인생'(1994)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 '집으로 가는 길'(1999) 등 주로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서정적인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2000년대 들어 새로운 행보를 보인다. '영웅:천하의 시작'(2002) '연인'(2004) '황후화'(2007) 등 무협 블록버스터에 천착했다. '5일의 마중'은 과거 그의 스타일로의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는 영화다.

장이머우 감독은 "나는 원래 고요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가운데서 사람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본 관객이 영화를 마음속에 새기고 그 여운을 간직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평론가들의 말에 감독이 하나하나 답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모든 건 관객이 판단할 몫"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초 다시 한 번 무협 블록버스터를 찍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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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루옌스는 아내 펑위안이 자신을 기억하도록 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한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이 아내가 좋아했던 피아노곡을 들려주는 장면이다. 피아노를 고치고 연주하는 장면이 시각적인 부분에서 울림을 준다면 피아노 선율은 청각적으로 관객을 현혹한다.

장이머우 감독은 이 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영화는 결국, 비주얼의 예술이라며 그런 비주얼적인 면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피아노를 택했다"고 말했다. "피아노 연주는 말로 형언하기 힘든 감정을 보여주는 도구다. 그런 감정을 보여주는 게 바로 영화다.